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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사람에 대한 예의

사람에 대한 예의 (권석천 지음)

 

나는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볼 수 있는 김영하 작가의 문체를 참 좋아하는데, 서점에서 발견한 이 책도 비슷한 느낌의 담담하고 차가운 느낌이라서 구매했다. (당연히 작가는 다르다.)

 

이 책은 과거 기자, 언론가, 칼럼니스트였던 권석천이라는 분이 저술한 책으로 본인이 기자생활을 하며 직접 겪은 이야기들이 주된 내용이며, 지구상에서 가장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의 욕망과 그 실체에 대해 깊이 고찰하며, 사회의 어두운 이면에 나타나는 불합리한 사건들에 대한 생각들을 전달하고 있다. 삶의 경험이 많으신 분들은 아마 읽으면서 공감이 많이 될 듯하다. 아래는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내가 계속 무엇이든 글을 쓰는 삶을 살게된다면 인간과 인간 사이에 거미줄처럼 쳐진 관계의 그물에 주목하고 싶다. 그 관계의 그물 속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나 자신을 주시하고자 한다. 남의 잘못은 중요하고 나의 허물은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나를, 다른 이의 막말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웃자고 하는 소리"로 남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나를, 무시(無時)로 반칙하며 살면서도 세상엔 원칙의 청진기를 대는 나를.

나는 얼마나 한심한 인간인가. 돈 몇 푼에 치사해지고, 팔은 안으로 굽고, 힘 있는 자에게 비굴한 얼굴이 되기 일쑤다. 아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곳에선 욕망의 관성에 따라, 감정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려 한다. 소심할 뿐인 성격을 착한 것으로 착각하고, 무책임함을 너그러움으로 포장하며, 무관심을 배려로, 간섭을 친절로 기만한다.

'모르고 짓는 죄'가 '알고 짓는 죄'보다 나쁘다. 알고 짓는 죄는 반성할 수나 있다. 모르고 짓는 죄는 반성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우리는 숨을 쉬듯 누군가를 손가락질하지만 당신과 나 역시 한 발만 잘못 디뎠어도 다른 삶을 살게 됐을 것이다. 당신과 나는 우리가 살았을 삶을 대신 살고 있는 자들을 비웃으며 살고 있다.

'나도 별수 없다'는 깨달음. 인간을 추락시키는 절망도, 인간을 구원하는 희망도 그 부근에 있다. 바라건대, 스스로를 믿지 않기를, 낯선 나와 마주하는 순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믿는 순간 편견의 구렁텅이에 굴러떨어지고, 믿는 순간 맞은편 차량과 추돌한다. 한 고비 돌 때마다 가능한 길게 클랙슨을 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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