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과 철학에 대해서 한창 고민하던 시기에,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여 구매 후 읽어보았다.
사회평론가이자 정치외교학 교수인 김영민 작가가 저술한 책으로, 논어를 맹목적인 고전의 지혜로 받아들여 숭배하고 자신의 생각을 텍스트에 투영하여 해석하는 것을 무익하다고 견지한다. 또한, 동양대표 고전문학인 "논어"에 대해 에세이, 비평, 해설, 번역을 제시하며 고전문학을 바라보는 비편향적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견습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모든 독서가 비슷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뒷부분으로 갈수록 이해력이 떨어져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무지의 선언만으론 부족하다.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려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려면, 무능을 넘어 배우는 일 자체에 대해 배우려면, 메타(meta) 시선이 필요하다.
공자가 극기복례(克己復禮)라고 했을 때, 거기에는 극복 대상이 된 3인칭의 자아뿐 아니라, 대상화된 자신을 바라보는 1인칭의 자아가 동시에 있다. 메타 시선을 장착한 사람은 대개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발언을 삼가는 사람, 자신이 알 수 없는 큰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무지를 선언한다고 해서 그가 곧 메타 시선을 장착한 사람인 것은 아니다. 뭔가 배울 의지가 없는 사람일수록 질문을 하자마자, 냅다 "모르겠는데요!"라고 대꾸하고 고개를 숙여 버린다. 무지를 선언하는 데는 나름의 쾌감이 따르므로. 그러나 과연 무엇을 모르는가.
메타 시선이 있는 이는 무지를 그저 선언하기보다, 질문한다.
...
정교한 질문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훈련된 행위이며, 대상을 메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잘 외워 받아쓰기하듯 척척 행하는 것이 곧 예를 아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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